산지 태양광 발전소 철거 이후, 산림은 되살아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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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태양광 발전소 철거 이후, 산림은 되살아났을까?
2020년대 초반, 전국 각지에서 급격히 늘어난 산지 태양광 발전소는 한때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산림 훼손, 토사 유출, 주민 반발 같은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등의 산악 지역에서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개발 이후 폐기된 시설이 방치되는 문제가 본격화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적으로 산지 태양광 발전소 폐쇄 및 철거 사례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가 철거됐다고 해서 산림이 원래대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기초 콘크리트 구조물, 침식된 토양,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수종, 사후관리 부재 등으로 인해 오히려 더 심각한 환경 문제가 남는 경우도 많다.
이 글에서는 실제 철거된 산지 태양광 사례를 바탕으로, 철거 이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과연 산림은 회복 가능한지에 대한 근거 기반 분석을 제공한다.
전국 주요 철거 사례 개요
강원도 평창군 사례
2019년에 설치된 500kW급 산지 태양광 발전소는 토양 침식과 토사 유출 문제로 인근 농지에 피해를 입혔고, 이에 따라 주민 민원이 집중되었다. 결국 지자체는 사업자와 합의하여 2023년 해당 설비를 철거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기초는 그대로 남았고, 복구된 산림은 잡초 위주의 비생산적 수종으로 재조성되었다.
충청북도 제천시 사례
2020년 허가를 받아 설치된 1MW급 발전소는 고지대의 급경사 지역에 조성되었고, 지속적인 법적 다툼 끝에 2024년 철거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철거 후에도 토양 유실 방지 구조물 미설치, 벌목된 수종 미복원 등의 문제가 남아 생태적 복구는 사실상 실패로 평가된다.
경북 봉화군 사례
산림청에서 보호종 서식지 인근 개발을 이유로 허가 취소 및 철거 명령을 내린 사례. 사업자는 자발적으로 철거를 시행했지만, 발전소 부지의 토양이 이미 오염되어 재조림이 어렵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철거 이후 산림 복원, 왜 어려운가?
1. 콘크리트 기초 구조물 방치
태양광 패널을 지탱하기 위해 설치된 콘크리트 블록과 기초 구조물은 철거 시 제거하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대부분의 철거는 패널과 프레임만 회수하고, 하부 기초는 그대로 둔다. 이로 인해 식물 뿌리 생장, 지하수 흐름, 토양 환원 등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2. 복구 수종 선정 실패
기계적으로 복원된 산림은 원래 산림 생태계를 되살리지 못한다.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지역 고유 수종과 식생 정보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복구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단가가 저렴한 조림 수종(예: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등)을 일괄적으로 심는 방식에 그친다.
3. 토양 침식과 배수 문제
발전소 설치 시 대규모 절개 및 성토 공사가 진행되면서 토양 구조가 무너진다. 철거 후에는 배수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집중호우 시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진다. 이러한 지역은 복구되기까지 최소 수년 이상의 관리가 필요하다.
4. 사후관리 책임의 부재
대부분의 태양광 사업은 민간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폐쇄 후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주체가 모호하다. 사업자는 수익이 끝나면 현장을 떠나고,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지속적인 복구 관리가 어렵다. 이로 인해 사실상 ‘방치된 산지’가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도적 문제와 개선 방향
현재 법적 구조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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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전용허가 시 ‘복구 의무’는 명시돼 있지만, 이행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 체계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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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후에도 콘크리트 기초를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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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복구 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어도, 실제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은 없다.
개선 방향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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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후 환경복원 성과 평가제 도입
단순히 ‘철거 완료’가 아닌, 실제 식생 회복률, 토양 안정성, 생물다양성 회복 정도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공개하는 성과 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 -
복구 이행 보증금 제도 강화
허가 시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예치하고, 복원 성과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이를 회수해 강제 복구에 활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
전문 생태복원 기업 인증제 도입
생태계 복원은 단순한 나무 심기가 아니다. 지역 생태를 이해하는 전문 기업을 통해 과학적이고 지속 가능한 복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산지 태양광 발전소의 철거는 단순한 구조물 제거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문제는 철거 이후에 시작된다. 복구되지 않는 토양, 되살아나지 않는 생태계, 책임지지 않는 사업자, 무관심한 행정 모두가 남긴 흔적은 앞으로 수십 년간 지역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다.
태양광이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로 남기 위해서는, 개발만큼이나 복구와 회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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